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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책

[책/리뷰] 부동산약탈국가

최근 수년간 이어진 주체할 수 없는 부동산 가격 폭등은 국가 체계를 뒤흔들 정도로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그에 대한 여러 관점에서의 이론과 학설, 비판과 옹호가 뒤섞여 혼란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권에 대한 지지율이 다소 줄어든 외에는 달리 실질적인 변화가 없다. 이에 대해 남녀갈등을 비롯한 여러 이익집단 간의 분열을 통한 '갈라치기', 수도 이전 논제와 같은 '관심돌리기'와 같은 정치적 수법을 이유로 드는 사람들이 있다. 위와 같은 주장의 타당성은 별론으로 하고, 국가의 현재와 미래를 다루는 대논제가 상당 기간 정치적 의제와 시민생활을 잠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땅한 방향을 찾지 못하는 것은 부동산에 대한 지식인 사회의 몰이해와 그에 따른 논의의 혼란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강준만은 이전의 바벨탑공화국을 비롯한 여러 저서를 통해 부동산과 그 욕망에 대한 분석을 쏟아내고 있는데, 회의적인 문체 저변에서 여전히 저항 또는 변혁에 대한 희망이 엿보이는 것 같아 그 변절없음에 괜시리 흐뭇하기도 하였다. 부동산 투기에 대한 도덕적 평가가 점차 곤란해지는 이 시절에 그래도 한 권쯤은 나와줘서 고마웠던 책이다.

 

"인간이 세계에 발 딛고 설 수 있는 보금자리를 뺏고 '돌아갈 그곳'을 투기라는 폭력적 수단으로 빼앗아 이익을 본다는 점에서 인간의 거주에 대한 테러에 비유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