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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17 Europe+Russia

문화가 흐르는 카페의 도시, 비엔나 (2) 02.14.

 

아침에 일어나 호텔에 짐을 맡기고 밖으로 나왔다. 트램을 타고 이동하려는데 형에겐 교통권이 없었다. 이젠 트램이나 버스를 탈 일이 많지 않을 것 같아 고민했으나 찝찝해서 샀다. 나는 보통 귀찮아서 표를 그냥 들고만 있곤 했는데 그 날은 유효화를 하고 탔다. 신기하게도 이 날 검표원이 트램에 탔고 우리의 표를 확인했다. 규칙을 준수하여 손해를 방지하는 것에도 그 나름의 쾌감이 있는 법이다.

 

신성로마제국부터 오랜 기간 오스트리아와 함께 한 합스부르크 왕가, 자신의 통치권을 인정받는 전쟁 뿐만 아니라 혼인 외교, 내치, 교육 개혁 등을 해낸 여제 마리아 테레지아, 카이저 슈마른의 주인공 프란츠 요세프 1세, 시대의 자유정신이었던 시시 등의 생활 공간이 생생히 전시되어 있는데 꽤나 볼 만하다.

꽤 일찍 갔는데 매표소에는 이미 줄이 길게 서 있었다. 우리는 자동 판매기에서 표를 샀다.

 

내부에선 카메라 촬영이 금지되었는지 사진은 없다.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가 제공되어 편하게 구경했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여름 궁전인 쇤부른에는 왕가의 생활이 생생히 보존되어 있다. 마리아 테레지아와 시시 등의 이야기를 알고 갔으면 보다 재미있게 볼 수 있었을 것 같다.

예컨대 마리아 테레지아의 아이들 사진이 나열되어 있는 방이 당시에는 무의미하게 보였다. 그러나 마리아 테레지아가 혼인 외교를 위해 자녀들을 각국에 보냈다든지, 계몽주의의 영향을 받아 자녀 교육에 관심을 가졌다는지 등의 이야기를 알고 봤다면 그 아이들의 얼굴이 달리 보였을 것 같다.

잘 이해가 안됐던 것 중 하나는 시시. 프란츠 요세프 1세의 아내인 황후 엘리자베스의 별명이다. 뮤지컬 엘리자벳의 주인공이기도 한 엘리자베스는 엄격한 궁정 생활과는 어울리지 않는 자유 영혼의 소유자이다. 한 아나키스트에게 살해 당하기까지 방종에 가까운 그녀의 자유 추구가 한편으로는 안쓰럽다가도 아이들의 얼굴을 보면 한편으로는 얄미울 만도 한데 많은 오스트리아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모양이다. 헝가리에게 자치를 선물했듯이 왕후 한 명이 아니라 한 명의 개인으로 살고 싶었던 시시는 시대를 앞선 자유 정신을 느기게 하나 보다. 기념품 샵에서도 시시의 물건들이 많았다. 여담으로 시시가 아니라 사실은 리시인데 l을 s로 잘못 읽어서 시시로 와전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언덕 위로 올라오면 쇤부른의 넓은 정원을 내려다 볼 수 있다.

옆에 있던 한 서양인 커플은 껴앉고 굴러내려가면서 거의 영화를 찍었다.

 

 

 

 

내려와서 클림트가 사랑한 카페 뮤제움에서 점심을 먹고 시내를 구경했다. 기념품 가게에서 이번에도 뮤직박스를 열심히 샀다.

 

 

 

유럽에는 도시마다 이런 명품 거리가 있는 것 같다. 그 중에서도 비엔나의 게른트너 거리는 유럽에서도 가장 화려한 쇼핑 거리로 손꼽힌다고 한다.

 

 

 

우리는 슈테판 대성당을 향해 이동했다. 슈테판 대성당은 로마네스크로 지어져 고딕으로 개축된 건물로 빈의 랜드마크라고 한다. 오스트리아가 신성로마제국으로 인정받은 것을 기념한 건물이기도 하고, 모차르트의 결혼식과 장례식이 있었던 곳이기도 하니 오스트리아의 역사가 이 곳에 짙게 묻어 있는 셈이다.

세계에서 제일 큰 오르간, 카타콤베, 눈물을 흘린 성모 그림 등은 구경하지 못했고 탑에도 올라갈 생각을 못한 채 시간이 없어 예배당만 살짝 보고 나왔다.

 

 

어두컴컴한 분위기가 내겐 별로였는데 본 성당 중 제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클래식 공연을 홍보하는 사람들이 이런 옷을 입고 슈테판 앞에서 호객한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어를 할 줄 안다. ㅍㅅㅎ누나가 여기서 예약을 했는데 우리는 누나를 놔두고 헝가리로 갈 거라고 했더니 발렌타인에 여자를 여기다 놔두고 가는 우리는 젠틀맨이 아니라길래 순순히 인정했다. 그 와중에 나한텐 어디서 유학했냐고 물었다.

 

카페 디글라스에서 저녁을 먹고 우리는 기차를 타고 헝가리로 이동했다.

부다페스트에 도착했을 땐 아주 황량한 분위기에 낯설었는데, 역 바로 앞에 있는 호텔에서 잘 수 있어서 캐리어를 펼 수 없을 만큼 좁았지만 잘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