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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14 Nepal

비너스 스쿨 14.02.04.

24일의 일정은 비너스 스쿨 방문이었다. 비너스 스쿨은 호텔 인드레니에서 5~10분 거리에 있는 작은 영어학교였다.

 

 

 

 

이 날은 특별히 지혜의 여신인 사라스바티를 기념하는 사라스바티 푸자였다. 네팔에 있는 모든 학교에서 그 날을 기념하는 것은 공부하는 아이들에게 학문과 예술의 신을 기린다는 의미라고 한다. 이 날 누가 인도의 신에 대해서 물었는데 간단한 신들도 잘 몰랐던 걸 보면 공부가 부족했던 것 같다.

 

https://namu.wiki/w/%EC%82%AC%EB%9D%BC%EC%8A%A4%EB%B0%94%ED%8B%B0

 

 

 

 

 

비너스 스쿨에 갔더니 많은 아이들이 우리를 환영하고 반겨주었다. 사람들이 많이 앉아있는데 우리가 제일 앞에 있는 자리에 앉아 그들이 주는 음식(이상한 가루같은 것과 초라한 과일 몇 개가 있었는데 맛이 없어 다 먹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을 먹는 게 상당히 부담스러웠다.

 

 

 

우리도 그들의 사진을 많이 찍었지만 그들도 우리의 사진을 엄청 찍어댔는데 생각보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카메라가 너무 좋아서 놀랐다.

 

 

 

 

먼저 사라스바티에게 절을 하는 듯 했는데 우리도 참여하겠냐고 해서 당차게 나갔는데 어떻게 해야 되는지 가르쳐주지 않았다. 결국 신의 그림이 그려진 제상 앞에서 그림 구경만 하다 자리로 돌아왔다. 그게 그들에게 어떻게 비쳤을지는 모르겠다.

 

 

자리에 앉아 있다가 누군가 내게 말을 걸어 거기에 몸을 기울였는데 내가 앉은 의자의 오른쪽 뒤 다리가 부러져서 나는 넘어졌다. 밑에 있던 음식도 쏟아지고 개판이 됐는데 내가 넘어지는 순간 뒤에 앉아있던 아이들이 모두 고개를 앞으로 내밀며 구경했다는데 생각만 해도 귀엽다. 작은 학교라 마당에 설치된 간이무대와 의자들을 갖다놓았는데, 그 날은 햇살이 유난히 따가워 앉아있기가 쉽지 않았다.

 

행사는 아주 잘생긴 한 남 자의 사회에 이어 네팔의 국가를 부르는 것으로 시작했다. 흥겨운 리듬에 아이들이 뒤에서 소리를 지르며 따라 부르길래 좋은 노래라고 생각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앞에 있는 어른들은 가슴에 손을 대고 있길래 국가라는 걸 눈치챘다. 그냥 남들 하는 대로 가슴에 손을 얹긴 했는데, 가슴에 손을 대는 행위는 충성심을 표현하는 행위로 타국의 국가를 들으며 취하기에는 부적절한 자세라는 생각이 들어 슬며시 손을 내렸다. 이 때 들은 네팔의 국가의 앞 소절의 멜로디를 기억하여 네팔에 있는 내내 신나게 부르고 다녔다.

 이 날은 많은 사람들이 비너스 스쿨을 찾았는데 네팔 물리학의 선구자라고 소개된 사람을 비롯하여 많은 학교의 총장, 교장들이 왔고 제일 앞자리에 앉아 있다가 모두 각자 연설을 했는데 말을 알아들을 수 없으니 상당히 지겨웠다. 그나마 나의 연극 대사에 나오는 함로(우리의)’가 나올 때는 귀에 들려 신기하기도 했다. 차장님도 ㅈㅎ이를 통역으로 세워 한 마디 했다.

 

 

공연은 학교에 있는 거의 모든 아이들이 준비한 것 같다. 아주 어린 아이에서부터 교사만큼 늙어 보이는 사람까지 했는데 네팔의 사람들은 골반을 상당히 격하게 흔들고 리듬에 맞춰 몸을 튕기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았다. 공연으로 짝지은 군무, 애정다툼 같은 춤, 피리 부는 핸드싱크를 하던 소년 등이 생각난다. 중간에 조금 큰 학생들이 만담 식으로 사회를 볼 때 참 많이 웃었다. 그 중 머리를 세우고 긴장한 남자 녀석은 말도 잘 안 듣겠고 장난기도 많겠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비너스를 다시 방문했을 때 한국어 수업과 탱탱볼 수업에 가장 열정적으로 참여해서 이미지의 반전이 있었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였는데 갑자기 시켜서 우리는 공연을 했다. 그 때의 기억은 다소 끔찍하다.

 

 

 

우리 공연 사이사이에 저들의 공연과 연설도 있었는데 그 중 시상식 비슷한 시간이 있었다. 그 때 무대에 우리도 다 올라가야 했는데 무대에 올라가는 도중 무대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비켜가다가 무대 옆으로 떨어졌다. 네팔에 오기 전 ㄱㅈㅇ을 만나던 날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에서 미끄러지고 아울렛 에스컬레이터에 발이 끼는 등 사고가 많아서 데스티네이션 농담을 페이스북에 적었던 것이 생각날 만큼 손이 데이고 의자가 부러지고 무대에서 떨어지는 등의 사고가 나니 이상했다. 아무튼 무대에 떨어져서 모든 사람이 놀랐는데 내가 너무 멀쩡하게 나타나니 다들 웃어서 다행이었다.

 

 

 

 

 

 

 

 

 

 

 

 

서서 남은 공연을 지켜보는데 아이들이 음료수를 갖다 줘서 참 고맙게 마셨다. 자기가 먹던 라면 모양 과자를 나눠주는 친구도 있었는데, 그 마음이 기특해보여서 사양할 마음이 전혀 들지 않아 맛있게 먹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뒤의 일정이 밀려있으니 빨리 가야된다고 하면서 앞에서 단체사진을 찍자고 하길래 찍었다. 마두 씨의 제자라고 하던 그 잘생긴 사람과 몇 마디 대화를 나눴는데 내가 학사인지 석사인지 묻는, 무슨 level이냐는 질문의 level을 못 알아들어서 한참 헤매던 기억이 난다.

 

사진 찍을 때 난 또 끝에 섰는데 나한테 떨어지지 말라고 챙겨주던 아이들이 참 귀여웠다. 거기에 여자 선생님인지 아무튼 60대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 분이 계셨는데 그 분은 네가 비너스스쿨에 갈 때마다 내 쪽으로 슬그머니 와서 웃으면서 잘해주셨다. 한국이나 네팔이나 할머니들은 날 참 좋아하는 것 같다. 사진을 몇 장 찍고 나서 헤어지자니 그 또한 아쉬웠다.

 

 

문 앞까지 따라 나와 인사하고 싶어하던 아이들의 마음이 참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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