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란으로 가는 버스에는 한국인 여자 두 명을 봤다. 물론 인사를 하진 않았지만 한국인을 이런 곳에서 만나는 건 반갑고 신기한 일이었다.
어디를 봐야 될지 몰라서 마냥 바다를 향해 갔다. 묶여있는 배 밑으로 보이는 바닷물이 대단히 맑았다.
피란에는 등대가 두 개 있는데, 그 등대를 본 박ㅇㅇ형은 피란이 디어마이프렌즈라는 드라마인지 영화인지에 나온 배경이라고 이야기해줬다. 이런 작은 마을까지 와서 굳이 촬영을 하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우연히라도 그 드라마를 보면 정말 반가울 것 같다.
해변이 아님에도 바다 주변에는 안전장치가 없었다. 조금만 더 날씨가 따뜻해서 물에 들어가 놀 정도가 되었다면 이런 물에서 노는 것도 좋겠다.
점심으로 샌드위치를 먹었다. 비둘기들이 주변에 붙어서 빵 부스러기를 먹으려고 하는 바람에 먹는데 귀찮긴 했지만 날씨, 경치, 분위기 모든 것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뤘다.
식사 후에는 언덕 위로 올라갔다. 성조지교회는 피란의 수호성인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피란의 랜드마크라고 하는데 정작 들어가보지는 않고 밖에서 사진만 찍었다.
중국의 광장 문화를 부정적으로 평가한 것이 민망하게, 나는 유럽의 광장을 좋아한다. 카페들이 내어놓은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어른들, 그 옆으로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비롯한 누구든지 나와서 말을 섞지 않더라도 서로의 접촉 면적을 넓히는 광장이 좋다.
종이 칠 때 피란의 광장은 참 아름답다.
슬로베니아 사람들은 덩치가 자기보다 클 만큼 커다란 개를 끌고 다녔다.
코페르에서 출발하는 차를 타기 위해서는 피란에서 오랜 시간을 보낼 수는 없었다. 아쉽지만 아름다운 해안도시 피란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좋은 추억이다.
# 바다색
에메랄드 빛이 나는 지중해의 바다색은 알프스에서 봤던 초록빛 물에서 비롯된 것일 텐데, 물 색깔은 어떻게 정해지는지 궁금했다. 수심, 온도, 구성물 등 다양한 요소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인데, 지중해는 수심이 얕고 석회질 성분이 물에 녹아 초록색으로 보이는 것이라고 한다.
인스타그램에는 이렇게 써놨다.
코페르에서 버스를 타고 40분 가량 달려 도착한 피란. 테라스에 앉아 호수마냥 잔잔하게 흐르는 물길을 보고 있자니 이래서 지중해 지중해 하나 싶다. 따사로운 햇볕과 상쾌하게 불어오는 미풍에 녹아 현재 액체 상태이다.
(코페르 터미널의 이상한 화장실)
버스를 타고 코페르로 돌아왔다. 숙소에서 짐을 찾고 택시를 타고 버스 터미널로 갔다. 가는 중에 기사가 휴일이라 차가 없을 수도 있다고 해서 긴장했다. 휴일이라 표를 파는 사람도 없고 표를 파는 기계도 없었다. 차가 오는 정류장에 서서 바로 돈을 내고 타는 수 밖에 없었는데, 다행히 지나가던 다른 버스 기사에게 물어 차를 탈 수 있었다. 기다릴 때 예수같은 모습을 한 청년이 있었다. 박ㅇㅇ형은 류블랴나에 배ㅇㅇ형과 합류하기 위해 갔기 때문에 여기서부터 혼자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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