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감상/책

아웃사이더의 말

아웃사이더의 말 - 10점
아웃사이더 편집부 엮음/아웃사이더




1990년대 진보 진영에서는 조선일보와의 전면적인 투쟁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상대방의 글을 해체하여 되돌려주는 방식을 포함한 전투적인 글쓰기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몇 있었다. 그 중 김규항, 김정란, 진중권, 홍세화 등은 '스스로 기득권 밖에 선 자'라는 의미에서 아웃사이더라고 자칭하며 그들 나름의 언로를 개척했다.


아웃사이더 편집진은 그들 나름대로의 소리를 내는 데 주목하는 한편 소수자의 목소리를 지면에 담아내려는 시도를 하였다. 시도의 일환으로 출간된 것이 아웃사이더의 말이란 책이다. 소수자에 대한 연대가 목적일 텐데, 소수자의 목소리를 대변하거나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목소리를 직접 담고 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책에는 미혼모, 운동권 내 여권주의자, 장애여성, 양심적 병역거부자, 성매매자, 성폭력 피해자 등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우리 사회에서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논쟁인데, 일반인으로서는 그 당사자들의 주관적인 경험과 입장보다는 논리와 경험칙에 근거해서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볼 기회를 제공하는 이 책은 의의를 갖는다.


당사자 일방의 주관적인 경험과 이야기는 사안을 객관화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때로는 쟁점에 대한 왜곡과 생략이 있을 수도 있고, 논리적 판단보다는 감정적인 자극이 우선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이야기는 지속적으로 노출되어야 한다고 보는 것은, 다양한 당사자의 주관적 관점에 대한 이해없는 객관적 판단이란 것이 허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개인적인 생각 때문이다.


출간으로부터 십수년이 지난 지금 다시 읽어봐도 여전히 이들의 소리가 생생하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부채감과 민망함을 동시에 안겨주는 것 같다.

'감상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체리브라썸  (0) 2017.09.03
중국어 6개월에 끝내고 알리바바 입사하기  (0) 2017.08.30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닌가  (0) 2017.08.27
세계경제권력지도  (0) 2017.08.21
성폭력 2차가해와 피해자 중심주의 논쟁  (0) 2017.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