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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책

화 - 틱낫한 지음, 최수민 옮김/명진출판사 틱낫한이 화를 다스리는 방법에 대하여 쓴 책이다. 화라는 것은 유발하는 외부적 환경과 이를 화로 받아들이는 내면적 과정이 있다. 내면적 과정에 대해서도 심리학적 정신분석학적 접근도 가능하겠지만, 이 책은 수양의 관점에서 접근한다. 화라는 것에 대하여 주체의 도덕적 역량에 전적으로 초점을 맞추면 화를 내게 한 사람은 온데간데 없이 화를 내는 사람의 잘못이 된다는 점에서 부적절한 면이 있다. 그러나 화를 내게 하는 환경에 대한 개선의 필요성과는 별개로 완전한 개선이 불가능한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이를 조절하는 방법에 대하여도 고민할 필요는 있다는 점에서 나름의 유익은 있겠다. 크게 신기한 이야기는 담겨 있지 않다. 더보기
동성애 동성애 - 공자그 드 라로크 지음, 정재곤 옮김/웅진지식하우스 동성애라는 낯선 주제는 주제 자체가 사람들의 흥미를 부추긴다. 동성애에 대해서는 동성애 자체의 본질이나 성질에 대해서 충분한 이해를 할 필요가 크지 않기 때문에 입을 대기 용이한 주제이다. 살펴보면 동성애 진영은 언설의 권위를 충분히 획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주장에 오류가 섞여 있더라도 그 반박이 그리 두려운 것이 못된다. 게다가 동성애에 대해서는 당위의 논법이 횡행하기 때문에 그야말로 제마다 주장하기 나름이 되고 만다. 이러한 이유로 섬세하지 못하고 지식이 불필요한 비정상적인 논쟁의 장에서 동성애자들만 고통받고 만다. 동성애는 오랜 세월 배제의 대상이었고 배제의 형식 중 하나인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 왔기 때문에 그에 관한 터무.. 더보기
도시 심리학 도시 심리학 - 하지현 지음/해냄 도시라는 공간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에 대하여 의사 하지현이 분석한 책이다. 어렵고 복잡한 추상적 논의보다는, 왜 우리는 폭탄주를 선호하는지, 전화보다는 문자를 선호하는지와 같은 구체적이고 일상적인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읽기 편하다. 불안과 독립의 경계선상에서 자신의 개성을 최대한 확충하고자 하다가도 집단에 매몰되고 싶어하는 우리의 모습을 잘 그려내고 있다. 가독성이 좋은 저자의 글솜씨 덕분에 읽는 데 힘이 덜 든다. 더보기
심리학이 어린 시절을 말하다 심리학이 어린 시절을 말하다 - 우르술라 누버 지음, 김하락 옮김/랜덤하우스코리아 자신조차 이해하기 힘든 무의식적 습관, 행동, 감정, 증상 등이 불쑥 튀어나와 인생을 가로막을 때가 있다. 정신분석이나 심리학에 대한 대중서가 넘치리만큼 시중에 널리 퍼져있는 만큼 무의식과 트라우마에 대한 생각을 한번쯤 해보는 건 결코 낯설지도 어렵지도 않다. 우르술라 누버의 '심리학이 어린 시절을 말하다'는 어린 시절의 부모와의 관계가 현재의 내게 미치는 영향과 그에 대한 반응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린 시절의 부모는 하나의 세계이다. 자궁 속의 태아가 자신의 전적인 것을 모친에게 내어맡기듯이, 탯줄이 분리된 이후에도 당분간은 세상과 자신, 부모와 세상, 부모와 자신을 분리시켜 사고할 줄 모른다. 신체적, 정신적으.. 더보기
모략의 즐거움 모략의 즐거움 - 마수취안 지음, 이영란 옮김/김영사 모략의 즐거움은 측천무후 시절 나준신이 지은 나직경을 마수취안이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쓴 책이다. 관계, 섬김, 치인, 통제 등을 테마로 하다가 나중에는 급기야 연좌의 기술까지 나온다. 구절구절마다 함께 읽을 만한 역사 속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에 쉽고 재미있게 읽힌다. 관계의 살벌함이 과거에도 마찬가지였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되새긴다. 사실 동양판 군주론이라도 되어야 할 것 같은데 제목과 목차가 내용에 비하여 거창한 감이 있다. 동양 고서가 거의 그렇듯이, 한 마디 한 마디로 차근차근 가르치기보다는 혼자 곱씹고 생각하기를 요구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조금 서늘한 외에는 뻔하다. 다만 독특한 것은 노골적인 천박함이다. 인륜과 도리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더보기
88만원 세대 88만원 세대 - 우석훈.박권일 지음/레디앙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계층화되지 못한 청춘은 비난의 대상이 될 때를 제외하고는 집단으로서의 정체성을 획득하지 못했다. 88만원 세대는 당시 열정이 부족하고 눈이 높아 불평만 하는 우리 세대를 88만원 세대로 명명하고 그에 대한 경제학적 분석을 시도한 점에 그 의의가 있다. 당위의 논법은 무기력한 경우가 많다. 20대를 도덕의 틀에 비추어 그들의 경제적 선택을 비난하는 것은 기득권이 현재 누리고 있는 이익의 기반을 은폐하는 것 외에는 큰 의미가 없다. 오히려 그 선택을 가장 합리적인 것으로 이해하게 하는 우리 사회의 구조와 시스템에 대해서 고민해보는 것이 더 효율적인 접근일 수 있다. 따뜻한 시선으로 냉철하게 분석한 이 책은 경제학적 논의를 보다 쉬운 말과 .. 더보기
철학카페에서 문학읽기 철학카페에서 문학읽기 - 김용규 지음/웅진지식하우스 스무살 때 편하게 읽기에 참 좋았던 책이다. 문학의 서사를 빌려 철학적 주제를 작가 특유의 쉬운 말로 풀어주는 설명은 독서의 좋은 방법론을 제시해주었다. 그 안에 담긴 내용들도 실존에 관한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어, 20대 초반의 고민을 풍부하게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읽고 쓰기에 참고할 것이 참 많다. 더보기
살짝 미쳐가는 세상에서 완전 행복해지는 법 살짝 미쳐가는 세상에서 완전 행복해지는 법 - 박지숙 지음/무한 마인드힐링 연구소장 박지숙의 책. 행복의 기초로서 몸과 마음의 건강 비결에 관하여 소개하고 있다. 사실 이런 내용의 글들은 별로 유익하지 않았던 것이 대부분이었는데 이 책을 굳이 소장한 것은 글에서 풍기는 분위기 때문이었다. 글은 사람의 마음 상태를 반영하는데, 묘하게 밝고 상냥한 글이 담긴 이 책의 가장 큰 홍보 포인트는 글의 분위기라고 할 수 있겠다. 더보기
확신의 함정 확신의 함정 - 금태섭 지음/한겨레출판 간혹 우리는 중요한 사회적 이슈에 대하여 성급한 판단을 하곤 한다. 그것이 정의감에 기인한 것이든 동정심의 발로이든, 합리적 논증의 뒷받침을 받지 못하면 곤란하다. 금태섭은 사형, 성매매와 같은 굵직한 이슈들에 대하여 나름의 방식으로 자신이 해본 고민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 고민에 대한 논의를 풀어나갈 때 다양한 문학작품들을 인용하고 있어서 읽기 편하다. 사실 금태섭이 알려진 최초의 계기가 대중을 향한 글쓰기였던 만큼, 대중적 글쓰기의 능력은 이미 검증받은 저자이다. 주요 주제들에 대한 고민의 깊이가 대단하거나 감동적인 서술이 있다는 생각이 들진 않지만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주제를 던져준다는 점에서 도움이 된다. 금태섭은 비교적 솔직하게 글을 .. 더보기
촘스키, 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 촘스키, 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 - 레미 말랭그레 그림, 드니 로베르 외 인터뷰 정리/시대의창 민주주의의 타당성에 대하여 논증할 필요가 다시는 없을 것처럼 보일 만큼 우리에게 민주주의는 익숙해졌다. 주권을 국민에게 가지고 옴으로써 권력에 대한 통제력을 형성하였고 이에 대한 비판과 감시, 견제를 통해 부당한 권력의 횡포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기존의 권력은 노골적이었다. 힘의 지배에 의하던 시절에는 나를 지배하는 권력의 주체, 방법, 동기 등에 대하여 의심하거나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가시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새 권력은 우리의 시야에서 벗어났다. 이는 통제되었다는 허구가 진리이기 때문이 아니라 보다 은밀하고 비가시적인 방식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의 개혁과 혁명.. 더보기